'1시간 36분' 혈투 끝에 왕즈이 2-1로 제압…94.8%로 단식 역대 최고 승률
김원호-서승재도 안세영과 나란히 최다승 달성…이소희-백하나는 대회 2연패

[AFP=연합뉴스]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세계랭킹 2위)를 무려 1시간 36분간의 혈투 끝에 2-1(21-13 18-21 21-10)로 물리쳤다.
이로써 안세영은 시즌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남녀 통합 한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한 시즌에 11차례 정상에 오른 선수는 2019년 일본 남자 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에 이어 안세영이 두 번째다.
안세영은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스를 비롯해 3개의 슈퍼 1000 시리즈(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 6개의 슈퍼 750 시리즈(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오픈·덴마크오픈·프랑스오픈·호주오픈)와 슈퍼 300 대회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정상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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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안세영은 단식 선수 역대 최고 승률인 94.8%를 달성했다.
올해 안세영은 단체전인 수디르만컵을 포함해 총 77경기를 치렀고 그중 단 4번의 패배만 허용하며 경이로운 수준의 무패행진을 펼쳤다.
상금 부문에서도 신기록이 탄생했다.
대회 우승 상금 24만달러를 더한 안세영은 시즌 누적 상금 100만3천175달러를 기록, 역대 배드민턴 선수 중 최초로 '시즌 상금 100만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날 결승전에서는 세계 랭킹 1, 2위의 격돌답게 명승부가 펼쳐졌다.
1게임 초반, 안세영은 4-8로 뒤처지며 주춤하는 듯했으나 순식간에 8득점을 몰아치며 전세를 뒤집었다.
2게임에 들어서자 절치부심한 왕즈이의 반격이 시작됐다.
왕즈이는 1-1 동점 이후 초반 흐름을 주도했고, 안세영은 끈질기게 7-8로 따라붙었다.
동점을 노린 결정적인 순간, 두 선수는 74회나 셔틀콕을 주고받는 극한의 랠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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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왕즈이의 헤어핀을 향해 몸을 던진 안세영의 수비는 아쉽게도 한 뼘이 모자랐다.
랠리가 종료되자 안세영은 탈진한 듯 코트에 쓰러지듯 누웠고, 왕즈이 또한 고개를 숙이고 한참 숨을 골랐다.
이후 안세영은 네 차례 동점 상황을 연출하며 저력을 보였지만, 결국 3점 차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2게임을 내줬다.
그리고 벼랑 끝 승부처에서, 안세영 특유의 '괴력'이 다시 살아났다.
안세영은 8-6으로 앞선 상황에서 7점을 연속으로 쓸어 담으며 승기를 잡았고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근육통)이 올라온 듯 절뚝거리면서도 기어코 왕즈이를 결국 안방에서 무릎 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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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확정되자 안세영은 관중을 향해 양손 손가락 한 개씩을 펴 보이며 '11승' 달성 세리머니를 했고, 활짝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왕즈이와의 상대 전적에서 16승 4패의 절대 우위를 점했다.
특히 올해 펼쳐진 여덟 차례의 맞대결에서는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전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기량 차를 입증했다.
남자 복식 김원호-서승재(이상 삼성생명) 조도 안세영과 나란히 11승을 달성해 시즌 역대 최다승 고지를 밟았다.
서승재의 경우에는 개인 기록으로 따지면 한 시즌 개인 최다 우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올해 초 진용(요넥스)과 BWF 월드투어 슈퍼 300 태국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김원호와 새로 짝을 이룬 서승재는 이날 우승으로 12승을 달성했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남자 복식 결승에서 단 40분 만에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2-0(21-18 21-14)로 완파했다.
1게임 초반, 치열한 시소게임을 이어가던 김원호-서승재는 12-12 동점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순식간에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은 두 선수는 그대로 기세를 몰아 첫 게임을 먼저 챙겼다.
2게임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내리 5점을 쓸어 담으며 코트를 장악한 김원호-서승재는 경기 내내 빈틈없는 플레이로 앞서나가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김원호와 서승재는 11승을 기념하는 재치 있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원호가 머리 위로 양손 손가락 하나씩을 펴 보이며 '11승'을 상징하는 포즈를 잡았고, 서승재도 이를 따라 하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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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복식 이소희와 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도 결승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쓰모토 마유 조를 2-0(21-17 21-11)으로 완파해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과거 그랑프리 파이널 시절이었던 1998년과 1999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혼합복식 김동문-나경민 조 이후 한국 선수로는 26년 만에 나온 역대 두 번째 왕중왕전 2연패 기록이다.
결승에서는 무려 69분에 걸친 혈투가 이어졌고, 한 포인트에 셔틀콕이 156차례나 오가는 '초장거리 랠리'가 펼쳐질 정도로 양측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이소희-백하나는 1게임 치열한 접전 끝에 17-17 동점에서 4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기선을 제압했고, 여세를 몰아 2게임에서도 12-10에서 무려 8점을 연속으로 몰아치며 우승을 예약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이소희와 백하나는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언니 이소희가 동생 백하나에게 손짓하자, 백하나는 양손에 라켓을 쥐고 이소희의 등에 가뿐히 올라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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