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제재하며 대화할 수 없어…한반도 평화특사 가동"(종합)

대통령 업무보고 "제재완화 추진"…"한반도 당사자로 주도적 역할 강화"

北광물-외부물자 중개금융망 등 교류 구상 발표…"정세 큰 변화 필요"

업무보고 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효정 이은정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9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남북관계를 중심에 두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보고했다.

외교안보부처 간 한반도 문제 해법을 놓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방점을 두는 '동맹파'와 남북관계를 중심에 두자는 '자주파' 간 힘겨루기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대북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북미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로서 이를 뒷받침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정 장관이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런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정 장관은 지난달 한 행사에선 "미국의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는 관료적 사고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날 "선민후관 및 다자 협력을 통한 다각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특사 가동 등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특사'와 관련해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 "4강 대상 주도적 접촉·설득을 통해 북미대화·남북대화의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이끄는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처럼 미국 역시 대북특별대표직을 지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한반도 문제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협의까지 맡는 특사직을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되면 특사의 역할이 현재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보고 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장관 오른쪽은 조현 외교부 장관. 2025.12.19 superdoo82@yna.co.kr

이날 정 장관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한 카드로 '제재 완화'를 꺼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상실했다"면서 "남북 간 다자 간 교류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도 "적대시 정책을 내려놓으라는 게 (북한이 요구하는) 대화의 선결조건인데 제재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는 없다"며 "진정으로 북미 정상회동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 제재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은 것이다.

정 장관은 또 "한반도 평화 보따리를 마련하겠다"면서 서울-베이징 고속철 건설 및 남·북·중 환승관광 등 교류협력 구상을 소개했다.

통일부는 서울-베이징 고속철 건설을 위해 내년 초기 조치로 한중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다자협력 틀 내에서 북한 참여를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관광 구상도 소개했다.

1단계로 제3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의 방문, 2단계로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속초를 거쳐 원산을 찾는 남북중 환승관광을 거쳐 한국 국민이 직접 원산을 방문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 장관은 "제3국 여권을 가진 해외동포들이 2026년을 '원산갈마 방문의 해'로 정해서 대대적으로 방문했으면 좋겠다. 정부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 하에서 북한이 국제 교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금 중개 시스템 구축 아이디어도 제기했다.

북한이 광물과 희토류 등을 수출하면 그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넣은 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민생·보건 등 인도협력 물자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정 장관은 이를 '신(新) 평화교역시스템' 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구상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실현할 수 있고, 현행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저촉되는 부분도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정 장관은 "(북측이 업무보고를 통해) 남쪽이 이런 구상을 하고 있구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며 "다만 단서는 정세에 큰 변화가 와야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 방중 계기 전후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소한 (2019년) 하노이 회담 때 제기한 민수용 제재 5개 해제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해 본다"라고 말했다.

tree@yna.co.kr

조회 515 스크랩 0 공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