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중요사건' 심리 절차 예규 제정…무작위 배당으로 지정
기존 사건 재배당·신규배당 중지…"다른 재판 우선해 신속 진행"
"국민과 국회 우려 해소 취지…신속·공정 재판 노력 위해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연다. 정기회의가 열린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2.8 ksm7976@yna.co.kr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처리를 공언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놓고 일각에서 위헌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 스스로 내란 재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규 설치는 이날 오전 대법관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됐으며 10일 이상의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국가적 중요사건'은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 중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매우 크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며, 신속하게 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사건을 말한다.
부칙으로 정한 적용 범위는 예규 시행 이후 공소 제기(기소)된 사건이다. 항소심의 경우 항소가 제기된 사건까지 포함된다. 이를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내란·외환 관련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항소심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각급 법원장은 이들 대상 사건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고, 해당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한다.
핵심 내용으로 꼽히는 배당에 관해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무작위 배당을 하되, 배당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도록 했다. 기존 '법관 등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및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 선정 및 배당 예규'에 우선해 적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연다. 정기회의가 열린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놓인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5.12.8 ksm7976@yna.co.kr
전담재판부가 맡은 사건은 전부 재배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기존 심리 사건의 시급성과 업무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예외를 둘 수 있다. 또 대상 사건의 관련사건 배당은 관계 재판부 협의를 거쳐 실시하고, 관련 사건 외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담재판부에 새로운 사건을 배당하지 않도록 했다.
법원장은 전담재판부가 대상사건을 신속하고 충실히 심리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내란 사건 항소심의 경우 서울고법에서 전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쳐 전담재판부 수를 정하면 모든 재판부에 무작위 배당을 실시해 배당받은 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정해진다. 재판부 기존 사건은 재배당하고 신규배당은 중지된다. 앞서 서울고법은 9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집중심리 재판부' 운영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행정처 관계자는 "국가적 중요사건 재판의 신속, 공정한 진행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우려에 대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고 예규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예규를 통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절차 지연 없이, 종전부터 적용돼온 사무분담과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임의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신속·공정한 재판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최근 열린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는 국회의 내란전담재판부 법안과 관련한 위헌 우려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선제적으로 신속한 재판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청이 제기된 바 있다.
법안이 만들어지면 내란 재판 당사자 측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을 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해 재판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심판을 제청하게 되면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재판은 중지된다.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지 수십 명에 이르는 당사자들의 헌법 소송과 위헌 논란으로 재판 신속 진행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더불어민주당이 연내에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정기회의를 열고 여당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2025.12.7 nowwego@yna.co.kr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서울고법에서 재판예규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을 행정처에 해왔고, 행정처가 기존 검토하던 방안에 고법 요청을 더해 예규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행정처는 예규가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 통과를 앞두고 다른 견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에는 "오히려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처 관계자는 "법안에 조금이라도 위헌을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면 피고인 측 위헌제청, 기피신청 등 절차적 주장을 할 여지가 있는데 그럴 경우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그러한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예규는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의 선정 및 배당에 관한 예규'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으며, 특히 항소심에서 종전 예규와 달리 절차 진행의 특례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만을 위한 '처분적 법률'(특정한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란 지적이 제기된 전담재판부 법안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행정처는 아울러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의 경우 오히려 대법원장 사무분담 관여권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른바 '촛불배당 사태'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등 종전 사법역사를 보면 우려가 크고 추천권을 행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이 이에 응할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규는 이와 달리 각급 법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면서 위헌·위법 논란 여지를 원천 차단한 점에 의미를 뒀다.
이어 "사법부 스스로 여러 고민과 검토를 하면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규도 그런 취지"라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al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