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월 환율 상승폭 3분의 2는 수급 때문"…블로그서 정면 반박
"수도권 집값, 공급 부족 우려·'똘똘한 한 채' 선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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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해외 증권 투자 확대, 수출 기업의 외환 보유 등 수급 요인이 최근 고환율의 주된 원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은 이날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정책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다"며 "통화량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현재 통화정책 체계와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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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에 쓰이는 자금의 총량을 의미하는 유동성은 협의 통화(M1), 광의 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 유동성(L) 등으로 측정된다.
한은도 최근 유동성 증가세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실제 지난 9월 M2는 1년 전보다 8.5% 늘었고, Lf는 8.0%, L은 7.2%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10월에도 M2는 8.7%, Lf는 7.8%, L은 7.1% 각각 늘었다.
한은은 그 배경과 관련,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민간신용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국외에서 유동성 유입이 늘었다"며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유동성 증가가 이례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이번 인하기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2년(5.9%)보다 높지만, 2014년(10.5%)이나 2019년(10.8%)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유동성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3월로 시야를 넓혀보면,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이 49.8%, 43.7%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특히 M2 범위 밖에 있던 자금들이 최근 M2 상품 중 하나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으로 대폭 유입되면서 M2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도 짚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부터 풀린 유동성이 M2 쪽으로 오는 구성 변화가 상당히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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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1천171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으며, 경상수지 흑자 폭(896억달러)을 크게 웃돈 점을 환율 상승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경향도 외환 수급 불균형을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실증 분석 결과, 올해 9∼11월 원/달러 환율 상승 폭(+65원) 중 대략 3분의 2 정도가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밖에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역시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 대신 공급 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 등에 따른 특정 지역 가격 상승 기대와 수요 쏠림을 집값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꼽았다.
최근 강남 3구 등 핵심지 주택의 경우 현금 구매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는 신규 공급 유동성보다 과거부터 누적된 유동성이 수익을 좇아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결론적으로 한은은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 원인을 유동성 증가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칫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국내외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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