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민연료' 연탄 사라진다…공장 400여개→16개만 가동 - Supple

[팩트체크] '서민연료' 연탄 사라진다…공장 400여개→16개만 가동

5만9천여가구 여전히 연탄 사용…평균 연령 80대·소득 월 30만원대

탄광 1곳 남아…보조금 200원 줄면 장당 평균 1천200원 넘을 듯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한때 서민들의 난방을 책임졌던 연탄이 국내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수요 감소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연탄공장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장당 153원이던 가정용 연탄값도 이제 1천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연탄에 난방을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탄산업의 현실을 살펴봤다.

서민연료 연탄, 사라질 위기…16개 공장만 가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 60년대 400여개였던 연탄공장, 지금은 16곳만 가동

전국의 연탄공장은 1960년대 400여개에서 1980년 279개, 2000년 81개로 계속 감소하다 올해는 26개만 남았다.

이 숫자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연탄제조업체 수일뿐 실제 가동되는 공장은 16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에는 광주의 유일한 연탄 공장이었던 '남선연탄'이, 같은 해 7월에는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 연탄공장'이 폐업했다.

올해 들어서는 강릉시의 강릉동덕연탄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휴업 중이다. 강릉동덕연탄은 동절기에 맞춰 10월께 재가동이 예상됐지만 업체 측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재가동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실제 가동한 연탄공장 수는 2020년 30개, 2021년 26개, 2022년 25개, 2023년 20개, 지난해 17개, 올해 16개로 빠르게 줄고 있다.

연탄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무엇보다 수요가 줄어서 생산성이 없기 때문이다.

광주의 남선연탄은 1980년대 하루 40만장을 생산했지만, 근래는 하루 1만장만 생산해도 광주·전남에서 쓰는 연탄을 모두 공급하고도 남아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가동되는 연탄공장은 경북 6개(영주·예천·김천·경주·문경), 충북 3개(제천·충주·단양), 강원 3개(삼척·태백·영월), 경기 동두천·대전·충남 예산·전북 전주 각 1곳이다.

작년 4월 폐업한 광주 남구 남선연탄 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탄 사용가구, 1988년 77.8%로 정점…이후 탄광 폐광 유도 정책

원통 모양 연탄은 1920년대 말 일본에서 처음 들어왔다.

이후 연탄이 나무 장작을 대신해 가정용 연료로 본격 확산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문경선(1955년), 영암선(1956년), 함백선(1957년) 등 석탄산업철도 개통으로 석탄 공급이 원활해진 덕이다.

총가구 수 대비 연탄사용가구 비율은 1988년 77.8%(823만4천가구)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탄광은 347개, 연탄공장은 230개였다.

정부는 국민소득 증가, 서울올림픽 개최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1989년부터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을 시행했다. 경제성이 없는 탄광의 폐광을 유도한 것이다.

이때부터 석탄산업이 감축되면서 1996년 기준 탄광은 11개, 연탄공장은 119개, 연탄사용 가구 점유율은 5.7%(81만4천가구)로 줄었다.

이후 경제발전과 맞물려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가 보편화하고 정부의 연탄보일러 교체 사업으로 연탄사용 가구는 계속 감소했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연탄은행 조사에 따르면 연탄 사용가구 수는 2006년 27만가구에서 2019년 10만 가구, 2023년 7만4천여가구, 올해는 5만9천여가구로 줄었다.

대한석탄공사의 연도별 가정용 연탄 소비량 통계를 보면 2010년 185만9천톤(t)에서 2020년 50만8천t이 됐다. 지난해에는 34만4천t에 불과했고, 올해는 30만t을 밑돌 전망이다.

연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탄사용 가구 수가 2년 전보다 19% 감소한 이유로 ▲ 연탄공장폐업 ▲ 지역 재개발 ▲ 고령화 영향이 가장 크다고 꼽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가까운 연탄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멀리서 배달하다 보니 인건비와 물류비가 올라 연탄값이 더 비싸졌다"며 "연탄 이용자가 대부분 고령이어서 요양원 입원이나 사망자가 늘고 도시 재개발도 계속돼 연탄 사용 가구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탄 공장도 가격 인상 추이
[에너지통계연보]

◇ 과거엔 '서민 연료' 연탄값 억제…내년부터 더 올라

1980년대 초 가정용 연탄의 소비자 가격은 한 장당 153원이었다.

정부는 연탄을 서민 연료로 지정하고 가격 상승을 강력히 억제했다. 1989년부터는 연탄의 최고 판매가격을 생산원가보다 낮게 고시하고 차액을 생산자에게 보조했다.

이 때문에 연탄의 공장도 가격은 1988년부터 2003년 2월까지 167.25원으로 15년 가까이 유지됐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점차 줄이는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연탄 가격은 2018년까지 7차례 인상됐다.

정부는 2003년 3월 연탄 공장도 가격을 10.0% 인상해 184.00원으로 올렸다. 이후에도 2007년 20.0%, 2008년 30.0%, 2009년 30.0% 등 3년 연속 올렸다.

또 2016년 446.75원, 2017년 534.25원, 2018년 639.00원으로 3년 연속 19.6%씩 인상했다.

연탄 소비자가격은 공장도 가격에 판매수수료와 운반비, 배달비가 더해진다.

정부가 공장도가격을 2018년부터 올해까지 639원으로 동결했지만, 물류비 상승으로 연탄은행 추산 소비자 평균 가격은 2018년 800원에서 2022년 850원, 지난해 900원, 올해 950원 이상으로 인상됐다. 배달이 어려운 곳은 현재 장당 1천600∼1천700원도 받는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연탄 생산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100원, 2027년에는 100원씩 총 2년간 장당 200원의 보조금을 줄인다.

연탄 공장도 가격이 내년에는 739원, 2027년에는 839원이 된다는 뜻이다. 2027년 연탄 소비자 평균 가격은 1천200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탄에는 생산보조금 이외 석탄(무연탄) 보조금도 있어서 가격 상승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연탄 재료인 무연탄도 국내 생산이 중단될 위기다. 올해 7월 1일자로 마지막 국영 탄광인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하면서 민영 탄광인 삼척 경동상덕광업소 하나만 남았다.

김종현 광해광업공단 차장은 "국내 무연탄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석탄공사와 강원도·정부·연탄공장의 비축분이 지난 9월 기준 총 217만8천t"이라며 "연탄 사용량을 연간 30만t으로 추산했을 때 7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공사 최후의 광부들
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탄광인 도계광업소는 지난 7월1일 폐광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탄 사용 가구 평균연령 80대·평균소득 30만원

이처럼 연탄값이 오르고, 정부에서 연탄보일러를 다른 난방기기로 교체하는 지원사업을 지속함에도 여전히 연탄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

쪽방촌, 판자촌, 달동네, 반지하, 무허가주택에 사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다.

서울의 연탄 사용 가구는 노원구 상계동(385가구), 강남구 개포동(264가구), 서초구 방배동(65가구) 등 1천129가구로 조사됐다.

연탄은행 허 대표는 "연탄 사용가구의 평균연령은 80대이고, 평균소득이 월 30만원"이라며 "나라에서 기름보일러로 바꿔줘도 월 40만원 연료비를 감당 못 해 연탄난로를 도로 방에 들이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은 지방도, 근육도 없어서 더위는 버텨도 추위는 못 이긴다"며 "9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 6∼7개월은 난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탄 사용 가구는 한 달에 150∼2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정부가 취약계층 4만2천 가구에 지원하는 연탄 쿠폰 단가는 47만2천원이다.

허 대표는 "연탄 쿠폰 단가에서 배달비를 제하면 실제로 가구당 연탄 300∼350장이 지원된다"며 "그걸로 2개월을 버티고, 나머지 5개월은 연탄은행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연탄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탄은행은 2002년부터 연탄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2017년에는 740만장의 후원이 모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급감해 작년에는 290만장에 그쳤다.

연탄은행은 올해 9월 중순부터 6개월간 사랑의 연탄 500만장 나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지난달 말까지 100만장 달성에 그쳐 비상이 걸렸다.

허 대표는 "화석 연료 감축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고 소득도 없는 취약 계층은 여전히 연탄이 필요하다"며 "900원이면 연탄 한 장을 후원할 수 있고, 그 불씨는 5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2025년 연탄 사용 가구 분포도
[연탄은행 제공]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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