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양대 강자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초슬림’ 스마트폰들이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5∼6㎜ 남짓한 두께의 디자인 혁신은 ‘양날의 검’이 됐다. 디자인을 위해 일부 스펙을 포기했지만, 가격대는 비싸다는 문제에 마주한 것이다.
21일 블룸버그 등 외신의 설명을 종합하면, 애플이 지난 9월19일 ‘아이폰 17시리즈’와 함께 내놓은 ‘아이폰 에어’는 미국과 더불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기존 아이폰17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높아 주문 후 3주일가량을 기다려야 하지만, 아이폰 에어는 당일 주문과 수령이 가능하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아이폰 에어는 두께가 5.6㎜로 역대 아이폰 시리즈 중 가장 얇으며, 이를 위해 아이폰 중 최초로 실물 유심(USIM) 카드를 넣는 슬롯을 없앴다. 유심 카드 대신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모바일 네트워크인 이심(eSIM)이 사용되고, 애플은 대신 배터리 용량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얇음’은 중국 시장에서 에어 출시를 늦췄다. 중국 통신사들의 이심 지원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에어는 아이폰17보다 한 달여 늦은 지난 10월22일부터 중국 판매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에어를 빨리 출시하기 위해 상하이 애플스토어를 방문하고 중국 정부에 협력을 요청하는 등 직접 나서기도 했다.
에어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성비’다. 함께 나온 아이폰17 시리즈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에어의 카메라 렌즈는 1개로, 울트라 와이드 렌즈까지 2개가 달린 아이폰 17, 여기에 망원 카메라까지 3개가 달린 아이폰17 프로보다 적다. 2∼4개 카메라가 달린 ‘요즘 스마트폰’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프로는 8배까지 광학 줌이 가능하지만, 카메라의 한계로 에어는 2배에 그친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동영상 재생 기준 최대 27시간으로, 아이폰17(30시간)과 아이폰17 프로(37시간)에 비해 짧다.
에어의 한국 출고가는 256기가바이트(GB) 기준 159만원으로, 아이폰17(129만원)보다 비싸고, 프로(179만원)보다 낮은 중간에 놓여있다. 가격과 성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소 ‘애매한’ 위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각) 제이슨 퍼디 전 애플 수석 제품 매니저의 “카메라 성능과 음질로 인해 한 달을 채우지 못해 (에어를) 반품했다. 얇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출시한 플래그십(최고급) 모델인 ‘갤럭시 에스(S) 25’ 시리즈 중 가장 얇은 ‘엣지’ 모델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증권의 ‘스마트폰 판매량 잠정치’ 보고서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갤럭시 에스 ‘엣지’의 판매량은 131만대로 추정됐다. 출시 후 같은 기간 동안 갤럭시 에스 25 기본형의 판매량(486만대)은 물론, 플러스(317만대)와 최고급형인 울트라(839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엣지의 출고가(256기가바이트 기준)는 149만6천원으로, 기본형(115만5천원)보다는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169만8400원)에 가깝다. 판매 부진 속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에스 26 시리즈에서 ‘엣지’ 모델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륙의 실수’로 불릴 정도로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는 중국 업체들도 속속 초슬림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샤오미가 지난 9월 출시한 ‘샤오미15티(T)’의 두께는 7.5㎜이며, 화웨이가 지난 7일 중국 시장에 내놓은 ‘메이트 70 에어’는 6.6㎜로 에어, 엣지와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가격대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인 만큼, 단순히 얇은 디자인을 원한다면 애플이나 삼성전자를 선택할 이유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의 ‘초슬림’ 도전은 얇은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통해 삼성전자의 세 번 접는 ‘트라이폴드’를 포함한 폴더블폰 대중화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를 얇고,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폴더블폰의 과제”라며 “초슬림 기술을 갖춘 업체들은 폴더블을 ‘더 얇게’ 만드는 것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