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문명' 코앞…전문가 "혁신 해치지 않는 금융 규제 필요해"

금융보안원이 20일 오전 8시50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최대 금융정보보호 콘퍼런스인 'FISCON(피스콘) 2025'를 개최했다. 박상원 금융보안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보안원

인공지능(AI)이 금융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가운데 "혁신에 맞는 촘촘한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이 낡은 금융 인프라를 대체하며 차세대 결제·송금 체계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금융보안원은 20일 오전 8시50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최대 금융정보보호 콘퍼런스인 'FISCON(피스콘) 2025'를 개최했다. 'Leading the Change(리딩 더 체인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AI 시대의 금융보안 전략과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날 특별강연에 나선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IT기반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AI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혁신에 해가 되지 않을 적절한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엔비디아·애플·아마존 등 세계 주요 AI기업 10개의 최근 시가총액 합계가 2경300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같은날 코스피·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약 2500조원)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로, AI는 이미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AI의 미래를 긍정하는 것"이라며 "AI 문명 시대의 도래는 결국 속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도 AI 문명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만 우리는 변화에 저항이 강한 사회"라며 "금융 분야에서 규제는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다만 혁신을 밀어주는 적절한 규제가 함께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의 보안 위협에 대해선 "AI 기술의 지향점을 바로세우는 것이 곧 금융보안 전략이 될 수 있다"라며 "과거 닷컴 기업이 파산할 때도 기술만 우수한 기업은 살아남지 못했다. 금융 서비스도 AI 기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고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IT기반 기계설계공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특별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보안원

이어진 특별강연에서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인 'DSRV'의 서병윤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금융 인프라 혁신을 강조했다. 서 이사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금융 시스템은 편리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50년 전 기술 위에 쌓인 낡은 시스템"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의 기술적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남미에서 이미 USDC(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등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송금 시장이 자리 잡았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은행에 가서 해외송금을 하면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다 며칠씩 시간이 소요되지만 스테이블코인 송금 앱은 수수료가 굉장히 싸고 몇초 안에 전송된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결제처럼 중개인의 이익이 큰 분야일수록 스테이블코인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이사는 "AI 에이전트가 성장하면서 AI 에이전트끼리 결제·정산 작업을 수행할 미래가 머지 않았다"며 "AI 간 결제가 필요할 때 이용될 통화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결제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는 구글이나 코인베이스 같은 기업이 장악할 것"이라며 "한국이 이 구조에서 얼마나 밸류를 가져갈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개회사에서 박상원 금융보안원장은 금융보안을 위한 투자가 금융사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AI 악용, 디지털자산 보안 문제 등 새로운 위협은 이미 현실이 됐다"며 "금융보안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라고 했다. 이어 "보안은 금융사의 운영·평판·재무 전반에 직결되는 핵심 리스크이자 경쟁력의 근간"이라며 "금융사 경영진은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금융서비스의 전산 시스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작은 보안상 실수나 부주의만으로도 막대한 정보 유출과 고객 피해가 발생하여 금융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CEO) 책임 하에 금융사 스스로 보안을 강화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도록 감독 방식과 유관기관 역할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시대, 초연결 시대로의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보안에 특화된 별도의 총괄 법제인'디지털금융안전법' 제정 논의도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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