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간 변별력 낮아져…대입에서 원점수 중요성 커질 듯”

올해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해 2028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게 될 학생들의 1학기 내신 성적이 전국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내신 체계가 개편되면서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대입에서 내신 등급뿐 아니라 원점수까지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종로학원이 교육부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1781개 고등학교의 1학기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고1 학생들의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주요 5개 교과 평균 점수는 70.1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7.1점)보다 3.0점 상승한 수치다.
내신 5등급제는 올해 고1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연계된 제도로, 기존 9등급 상대평가에서 A~E 5등급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됐다. 등급 구간도 기존 1등급이 상위 4% 이내였던 것에서 10% 이내로 확대됐으며, 2등급은 상위 34%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1등급을 받는 학생 수는 늘었지만 상위권 내 동점자 증가로 실질적인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적 분포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A등급(학업성취도 90% 이상)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지난해 20.5%에서 올해 23.7%로 3.2%포인트 늘었다.
특목고 및 자사고 역시 성적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의 주요 5개 과목 평균 점수는 79.6점으로, 전년(78.4점)보다 1.2점 높아졌다. A등급 비율도 지난해 45.6%에서 올해 48.5%로 2.9%포인트 증가했다.
학교 유형별 A등급 비율은 과학고가 58.3%로 가장 높았고, 국제고(50.8%), 전국 단위 자사고(49.1%), 지역 단위 자사고(46.8%), 외국어고(41.8%) 순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올해 학교 시험이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되면서 A등급 비율이 늘었고, 이는 곧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1등급 내에서의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대학들은 단순 등급 외에 원점수, 학교 평균, 표준편차 등을 함께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내신 성적이 등급뿐 아니라 원점수, 학교 평균 점수, 표준편차 등의 지표와 함께 대학에 제공된다.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자체 전형 기준을 정하게 되며, 학교 간 평가 격차를 고려한 반영 방법을 고민 중이다.
임 대표는 “학교마다 시험 난이도 차이가 크고, 일부 학교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문제를 쉽게 출제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등급만이 아닌, 원점수까지 신경 써야 하는 복합적인 내신 경쟁 구도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적 상승은 제도 개선 취지와는 달리, ‘등급 완화=성적 부담 완화’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A등급을 받아도 상위 10% 이내에 들지 못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A등급을 받은 학생 중 절반 이상이 2등급 이하로 분류될 수 있다.
임 대표는 “성적 상승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곧 내신의 변별력 저하를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수험생들의 부담을 원점수로 전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