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국대사관 45년간 ‘공짜’사용…용산 이전도 하세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 연합뉴스

주한미국대사관이 서울 세종로 대사관 청사를 45년간 ‘공짜’로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2일 “외교부에 문의한 결과, 주한미국대사관은 1981년부터 올해까지 광화문 부지 및 건물 사용에 대한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미국에 있는 우리 공관들이 지불하는 한달 임대료가 6억5천만원이 넘고, 일부는 거액을 들여 매입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국대사관은 바닥면적이 9866㎡(2986평)로,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연간 기대 임대수익이 193억원 정도다.

미대사관 청사는 1962년 5월 미국의 대외원조기관인 유솜(USOM)과 한국 정부가 체결한 사업약정에 따라 정부 소유 토지에 건물을 지어 유솜 사무실로 사용됐다. 미대사관이 입주한 건 1968년부터다. 같은 해 경제기획원장 명의의 공문을 보면 “주한미국대사관의 건물 사용은 임시적인 것이며, 유솜의 존속기한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1980년 유솜이 철수한 뒤에도 미 대사관은 청사를 단독 사용해왔다.

외교부는 “무상사용 기한에 대한 양국 간 해석상 차이가 있어 2005년 7월 양해각서(MOU) 및 2011년 4월 양해각서 이행합의서를 체결해 일괄타결하고, 이에 따라 주한미국대사관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김 의원에게 밝혔다. 김 의원은 “양해각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했다.

용산 이전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1년 미대사관이 용산공원 북쪽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재까지도 미 국무부는 대사관 이전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미 대사관은 지난달 “2024년 1월부터 토양오염 정화작업 및 환경영향평가 등 청사건립을 위한 사전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절차의 소요기간을 현재로는 예상하기 어려워 공사 착수 일정 등은 미정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김준형 의원은 “미국이 우리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외교부의 배임 행위”라며 “지금이라도 그간의 사용료를 추징해서 일시납을 추진하고 상호주의에 부합하는 협정을 맺어 건강하고 평등한 한미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