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허가만 15∼20일, 입주·잔금까지 3∼4개월 소요…'발등의 불'
강남 재건축엔 수억원 낮춘 급매물 등장…"집값 떨어질라" 매수자도 관망
거래 불붙었던 강북 눈치보기…"수도권 외곽이 더 타격, 매물잠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10·15대책 이후 오늘 처음 집을 보여줬는데 매수하려던 분이 일단 정부의 세금 규제를 지켜보겠다면서 매수를 보류하네요. 집주인이 집을 못 팔까 봐 다급한 상황이 됐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
"아침부터 2주택자라면서 집을 팔아야 하는지, 가격은 어떤지 상의하는 문의가 걸려 왔어요. 양도세 중과를 다시 시행할 거면 최소 6개월 전에는 예고해줬어야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넣고 당장 100일 만에 집을 어떻게 팔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이 많습니다."(마포구 아현동 B공인중개사)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비롯해 세제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다주택자의 다수가 매도나 증여를 택했지만, 지금까지 처분을 망설이던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자들도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5월9일까지 어떻게 집 파나" 걱정…압구정 현대 7억원 싼 급매도
25일 서울 강남을 비롯한 주요 지역은 다주택자 양도세 부활 소식에 어수선한 모습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세금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집을 팔지 않고 버티던 다주택자들이 비상이 걸렸다"며 "토허구역이라 임차인의 임대기간이 남아 있으면 당장 집을 팔 수도 없는데 이제와서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이나 한강벨트 일대는 10·15대책 이후 초강력 대출 규제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시행 전까지 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중개사는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 약정부터 구청 허가, 계약, 잔금납부와 입주까지 4개월은 족히 걸리는데 당장 집을 내놔도 5월9일까지 잔금 처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곳은 대출도 2억∼4억원밖에 안 되는데 일몰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초고가 재건축 단지에선 이미 직전 거래가 대비 수억원 낮은 급매물이 등장했다.
아파트값이 60억∼130억원에 달하는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는 현재 정상 매물 대비 5%가량 싼 급매물이 나와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감소한 상태에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인상을 예상한 일부 다주택자나 은퇴자들은 중형은 종전 최고가 대비 3억∼4억원, 중대형은 6억∼7억원 정도 싸게 매물을 내놨다"며 "일부 거래도 됐지만 매물이 늘어나면 추가로 가격이 더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15대책 대출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려온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지역도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이곳은 집값이 낮고 대출도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해 지난달부터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3천만∼5천만원 올랐다"며 "현재 매물은 거의 없지만 앞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면 가격이 다시 약보합세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인는 "토허구역에선 입주해야 은행대출이 나오는데 최근 거래가 많다 보니 구청 허가를 받는 데만 최소 20일이 걸리고, 이후 계약부터 잔금과 입주까지 통상 3개월은 걸린다"라며 "5월9일 내 잔금까지 마치려는 다주택자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낮춰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양도세 중과를 다시 시행하더라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최소 6개월∼1년의 유예 기간은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주택자 절세매물 나올까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기간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에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당분간 시장에 풀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다주택자 양도세 관련 안내문. 2026.1.23 cityboy@yna.co.kr(끝)
◇ 다주택자 급매 증가, 수도권 외곽이 더 타격…보유세가 변수
부동산 업계에선 당분간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 방침을 밝힌 지난 23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천219건에서 5만6천777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토허구역에서 매매가 쉽지 않은 만큼 증여로 돌리거나 버티기에 들어가 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많다.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매각하면서 서울보다는 수도권이나 지방 주택 시장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과 경기 12곳을 제외한 비규제지역의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이 아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선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팔아야 해 서울 강남권보다는 수도권 외곽이나 강북지역의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을 우려한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변수는 보유세다. 정부가 10·15대책에서 이미 보유세 개편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다주택자는 물론 보유세 부담이 어려운 고가 1주택자도 주택 매도에 나설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사는 "직장인이나 은퇴자들은 양도세보다 보유세 인상을 더 부담스러워한다"며 "보유세 개편안을 지켜봐야겠지만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강남을 떠나거나 집을 줄여가야 하는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시사한 것도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집값이 계속 오르니 전세를 살면서 장래 거주할 곳의 주택을 미리 매수할 수도 있고, 직장·학교 등의 문제로 불가피하게 거주를 못 할 수도 있는데 1주택자에게까지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종필 세무사는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고 집을 파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앞으로 거주가 불가능하면서 집값 상승지역에 미리 집을 사두는 투자성 매입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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