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성기계기업소 현대화 차질 문책하며 "제발로 나가라"…당대회 앞두고 기강잡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룡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2023.11.27 송고]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간산업 설비 생산 공장의 현대화 준공식에서 내각 간부들의 '무책임성'을 거칠게 질타하고 사업을 담당한 내각부총리를 현장에서 해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함경남도 함흥시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 현대화대상 준공식이 전날 개최됐다며 김 위원장이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소의 현대화 자체보다 그 진행 과정에서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보신주의에 된타격을 가한 것"이 성과라며, "국가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사안"인 이 사업이 첫 공정부터 어그러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기계공업 부문을 담당한 내각 부총리(양승호)는 지금의 위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나는 이 부총리 대신 새 정부 구성 때 다른 사람을 등용할 것을 총리 동무(박태성)에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총리 동무는 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제 발로 나가라"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부총리 동무를 해임시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양 부총리가 "반당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바르지 못한 언동으로 당중앙을 우롱하려 들었다" 등 거친 언사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염소에게 달구지를 메워놓았던 것과 같은 격"이라며 "황소가 달구지를 끌지 염소가 달구지를 끄나"며 깜냥에 맞지 않는 일을 맡았다는 비판도 했다.
북한의 여러 내각부총리 가운데 기계공업을 담당해온 양승호는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 기계공업상 등을 지내고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도 올라 있는 고위관료다. 이런 고위 관료를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노골적으로 도마 위에 올리고 해임한 것은 내각 전반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본보기성'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비판되었지만 전 내각총리(김덕훈)는 물론이고 룡성기계연합기업소 개건 현대화 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태공하고 구경꾼 노릇만 해온 정책지도 부문의 책임간부들도 마땅히 가책을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난달 제8기 13차 당 전원회의 후 활동이 보이지 않는 김덕훈 전 내각 총리가 고강도 문책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현대화 사업이 차질을 빚은 내막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자세히 공개했다.
현대화가 '마구잡이식으로, 눈속임식으로' 진행되자 당 중앙위원회가 군수공업 부문 현대화 전문가 그룹을 투입해 상황을 전면 검토했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60여 건이나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내각 책임간부들은 비판을 받고도 다시 군수공업 부문에 책임을 넘기는 '너절한 행위', '교묘한 몸사리기'를 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행정간부 대열에 문제가 많다"며 간부 등용 체계 전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군(간부)들 속에 뿌리깊은 극심한 무책임성, 보신주의와 건달풍을 결정적으로 적출"해야 한다며 "당결정 집행에 투신한다고 생색을 내면서 실은 자기 안위와 보신에 신경을 쓰고 현실도피와 근시안적인 태도를 털어버리지 못하는 현상들에 과녁을 정하고 사상교양, 사상공세를 들이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소의 다음 단계 현대화 목표와 '기계공업부문 전반을 새로운 선진토대 위에 올려세우기 위한 사업'을 위한 과업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룡성기계연합기업소는 북한에서 '어머니 공장'으로 불리는 굴지의 기계제작업체로, 북한의 주요 광산과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 기업들에 각종 설비를 공급해왔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여러 경제 현장에서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와 보신주의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을 상대로 '기강잡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대회와 이어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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