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확대 놓고 "사법신뢰 회복"·"2차피해 우려" - Supple

국민참여재판 확대 놓고 "사법신뢰 회복"·"2차피해 우려"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첫째 날 '국민 사법참여 확대' 토론

'재판 투명성 제고' 판결문 공개 확대·디스커버리 제도 제언도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을 비롯한 내빈들이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12.9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법원이 주최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놓고 "사법 불신을 극복하는 지름길", "양적 확대보다는 참여 재판의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판결문 공개 확대나 재판 중계 추진에 관해서는 "사생활 보호 조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편집과 왜곡으로 공정한 재판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9일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과 공동 주최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를 열었다.

이종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를 주제로 한 세 번째 세션 발표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양적 확대를 사법 신뢰 회복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2008년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재판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판단과 양형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17년간 대상 사건 29만건 중 피고인 신청 건수는 1만건에 그쳤고 그중 약 3천건에 대해서만 실시됐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 신청주의의 근본적 한계에 따른 낮은 신청률, 높은 철회율, 일반적·포괄적 배제 사유에 따른 재판부의 높은 배제율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고의 생명침해 범죄를 비롯한 일부 범죄에 대해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필요적 참여 재판을 실시하고, 재판부의 배제 사유를 제한하거나 구체화해 배제 결정률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승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사 재판에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 홍진영 서울대 로스쿨 부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의 양적 확대는 곧 다른 재판에 투여하는 인적, 물적 자원의 축소를 의미한다"며 "국민참여재판 사건에서 사법 신뢰가 증가한다 해도 그만큼 다른 재판에서의 충실한 심리가 저해돼 사법 신뢰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관과 배심원 평결의 높은 일치율이 참여 재판 확대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애초 판단이 다를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라며 "배심원들이 과감하게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판결을 했고, 법관이 그런 판단이 법과 상식에 비춰 합리적 범위 내에 있다고 봐 존중해 선고한 경우가 국민참여재판의 의의를 살릴 수 있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이후 방청객 가운데 '성폭력 사건의 경우 일반 재판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확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이는 배심원들이 강한 통념, 피해자다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가해자들의 처벌의 확실성을 높이지 못해 오히려 사법부 신뢰를 저하시키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살펴 방안을 마련해달라",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질문을 하는 점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기념 촬영하는 참석자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12.9 mon@yna.co.kr

권오성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분쟁 해결의 복잡한 분산 구조를 들어 노동법원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분쟁 재판에 노동자·사용자 측 전문가나 당사자가 참여하게 하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노동 사건의 특수성을 더욱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유아람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판결서 공개 확대를 두고 "재판공개의 원칙과 사생활 보호라는 두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며 판결서 공개 확대와 함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작성할 때 내용 이해에 지장이 없는 이상 개인정보 기재를 최소화하거나, 형식적 기재 사항에 당사자 주소를 제외하는 등 공개를 전제한 판결서 작성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다만 미확정 형사판결서 공개에 대해서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고려해 원칙적 공개가 아니라 공익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공개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재판 중계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시대에 외부 시청자를 의식한 주장과 진술, 정보 편집과 왜곡을 통한 재판부 압박 등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재판 공개의 긍정적 효과를 제고하면서도 이런 부정적 측면을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락이나 풍자 목적'의 재판 중계 영상의 사용을 금지한 영국 대법원 규정도 예로 들었다.

이준범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 실정에 맞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짚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 개시 전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법원이 상대 측에 문서제출명령 등을 내리는 절차다.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게 돼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있다.

그는 "민사소송 중 증거가 대체로 특정 당사자에게만 있는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민사소송 증거 확보를 위해 고소를 남발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을 이용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국가자원의 사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 역시 디스커버리 제도에 적대적인 역사가 있었으나 차츰 변화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며 "민사소송 절차에서 효율적 증거 수집을 하려면 '모색적 증거 수집 신청'(당사자가 증명할 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채 증거조사를 통해 새로운 주장사항을 만들어 내려는 증거신청)을 적대시하는 실무적 경향으로부터 일정 부분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상태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토론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소송 급증과 사실상 피고 또는 국내 소재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운영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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