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명회서 1등급 '3.11% 쇼크' 성토…"둘째는 사교육 더할 것"
종로학원 "주요 10개大 인문계 수시 탈락 8.5%↑…정시 경쟁 심화"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 및 수험생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5.12.7 hwayoung7@yna.co.kr
7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종로학원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입시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 정모(49)씨는 "영어에서 뒤통수를 맞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시 모집에서 서울 최상위권대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한 정씨의 딸은 수능에서 국어·수학·영어·탐구 영역 합계 8등급의 '최저 기준'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정씨는 "2학년 때부터 모의평가에서 영어는 매번 1등급을 받았는데 수능에선 2등급도 아니고 3등급을 받았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당황하는 바람에 실수를 계속했다고 하더라"면서 "수험생은 모의평가로 수능의 수준을 예상하는데, 갑자기 수능에서 이렇게 어렵게 내면 어떡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칠 정도로 '불(火)영어'였다고 평가된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이자 지난해 1등급 비율(6.22%)의 절반 수준이다. 상위 4% 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보다 비율이 낮아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향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날 입시 설명회를 방문한 수험생·학부모 역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평가원을 한입으로 비판했다. 학생의 공부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꿨지만, 올 수능 영어는 난도가 매우 높아 이런 취지에 완전히 어긋났다는 것이다.
학부모 김모(50)씨는 "영어는 어쨌든 90점 이상만 받으면 되니까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1등급을 놓고 싸우는 국어나 수학보단 부담이 덜했다"며 "그런데 이번 수능을 보니 안심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든다. 중3인 둘째는 학원이든 과외든 더 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 및 수험생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5.12.7 hwayoung7@yna.co.kr
재수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작년 수능 땐 영어가 1등급이었는데 이번엔 2등급을 받았다. 실력이 작년보다 떨어졌느냐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라면서 "차라리 상대평가였다면 4% 안에 들어 1등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수능을 치른 고3 임모(18)양은 "수능 당일 평가원이나 EBS에선 '그렇게 어렵게 내지 않았다'고 했는데, 가채점한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단톡방에서 '영어 망했다', '(영어 때문에) 정시 준비 들어간다'는 말이 계속 올라왔다"고 떠올렸다.
평가원의 패착이 수험생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올해 정시 입시 셈법이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어 1등급 비율 급감 외에도 2026학년도 대입 정시에선 '사탐런'에 따른 사회탐구 영역 1∼2등급 인원 증가, 국어·수학 간 표준점수 격차, 의대 모집 인원 회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수능 최저 등급 충족에 실패하면 이런 살얼음판 정시에 뛰어들어야 한다.
서울권 인문계의 경우 수시 탈락률도 증가해 정시의 경쟁률마저 높아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SKY'(서울·연세·고려대)를 포함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 중 탈락한 인원은 19만4천여 명으로 전년(17만8천여 명)과 비교해 8.5%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인문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시 탈락 인원도 전년보다 많아져 정시에서의 경쟁 구도가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2027학년도 재수생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부모 및 수험생이 긴 줄을 서 있다. 2025.12.7 hwayoung7@yna.co.kr
역대급 '눈치 싸움'이 예견된 상황인 만큼, 이날 입시설명회에는 정오께부터 구름 인파가 몰렸다. 설명회 시작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까지도 300∼400m가량의 줄이 이어졌다.
실내 좌석에 앉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로비에 마련된 의자나 실외 계단에 앉아 모니터로 임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온라인 생중계 신청자는 1만명을 넘겼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