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3경기 이어 조 1위 하면 32강·16강전까지 멕시코서 경기
과달라하라 고지대·몬테레이 고온다습 기후 적응이 관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D그룹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체코, 아일랜드가 경쟁하는 유럽 PO D그룹 승자는 내년 3월 가려진다.
멕시코, 미국, 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조별리그 3경기는 모두 멕시코에서 개최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7일 발표한 경기 시간에 따르면 한국은 유럽 PO D그룹 승자와 내년 6월 12일 오전 11시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이어 6월 19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멕시코와 2차전을 벌인 뒤 6월 25일 오전 10시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가진다.
2026년 월드컵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3개국이 공동 개최한다.
게다가 국토 면적에서 캐나다가 2위, 미국이 3위, 멕시코가 14위일 정도로 땅덩이가 큰 나라들에서 대회가 열려 어느 때보다 현지 적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일단 홍명보호로서는 아직 상대 팀 하나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 편성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최국 가운데는 가장 까다로운 멕시코와 상대하지만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브라질 등 포트1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피하고, 포트3에서 FIFA 랭킹이 61위로 가장 낮은 남아공을 만나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1, 2차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이 해발 1천571m에 위치해 고지대 적응은 급선무다.
3차전이 열리는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은 해발 고도는 500m이지만 6월 기온이 최고 41도까지 치솟고, 우기라 고온다습한 게 걱정스럽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만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치르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 및 컨디션 관리 등의 측면에서 홍명보호에는 아주 큰 행운이다.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도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어 이동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멕시코에서만 조별리그를 모두 치르는 것은 A조에서 멕시코와 우리나라뿐이다.
멕시코는 남아공과 대회 개막 경기 및 유럽 PO D그룹 승자와 3차전을 멕시코시티에서 갖고, 한국과 2차전을 과달라하라에서 치른다.
반면 남아공과 유럽 PO D그룹 승자는 각각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에서 1차전을 치른 뒤 미국 애틀랜타로 건너가 2차전에서 맞붙고서 멕시코로 돌아와 몬테레이, 멕시코시티에서 조별리그 최종전을 맞이한다.
이동 거리만 놓고 보면 한국은 오히려 공동 개최국 캐나다, 미국보다도 낫다.
B조의 캐나다는 자국 동부 토론토에서 유럽 PO A그룹 승자와 1차전을 치른 뒤 시차가 3시간이나 나는 서부 밴쿠버로 이동해 카타르, 스위스와 차례로 대결하는 일정표를 받았다.
D조의 미국은 자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파라과이와 1차전을 치른 뒤 시애틀로 이동해 호주와 2차전을 벌이고 LA로 돌아와 유럽 PO C그룹 승자와 3차전을 가진다.
미국 서부에 있는 LA와 시애틀은 시차는 없지만 비행기로 2시간 5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식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5. min22@yna.co.kr
조 추첨식 참석 후 홍명보 감독은 "어떻게 보면 저희는 (북중미 월드컵이 아니라) 멕시코 월드컵이 돼 버렸다"며 웃었는데 한국이 만약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32강, 더 나아가면 16강전까지 모두 멕시코시티에서 치를 수 있다. 그야말로 한국에는 '멕시코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조 2위일 때는 미국 LA, 3위일 때는 미국 보스턴, 또는 시애틀에서 경기하게 돼 강팀과 대결은 물론 이동 거리에서도 부담이 커지게 된다.
홍명보 감독은 조 추첨식에 참석한 뒤 대회 기간 한국 선수단이 머물 베이스캠프 후보들을 둘러보고 귀국한다.
결국 고지대에서 치를 1, 2차전에 맞춰 고도가 베이스캠프 선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공과 시차는 없고 해발 약 1천200m 고지대에 있는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열흘여 담금질을 했다.
이어 남아공 입성 후에도 비슷한 고도의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대회를 치르며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룬 바 있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