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김승곤 판사는 24일 ‘염전노예 피해자’ 박영근(56)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35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박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씨는 2014년 7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염전 운영자 장아무개씨가 운영하는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사실상 감금당한 상태로 일했다. 박씨는 매달 140만원을 받으며 일하기로 계약했지만 실질적으로 받은 돈은 없었고, 하루 20시간씩 일하, 연 2회 외출만 허용되는 등 노동 착취를 견디다 2021년 5월 사업장에서 탈출했다. 장씨는 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8월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그로부터 한달 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에 장씨를 상대로 한 진정을 제기했으나, 근로감독관은 장씨의 진술만 듣고 박씨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지적 장애인인 박씨가 진정취하 의사를 표하는 과정에서 ‘형서처벌’, ‘치하합니다’ 등 여러 번 단어를 잘못 적었지만 근로감독관은 박씨의 의사소통 어려움 정도를 확인하지 않았다.
박씨 쪽은 “노동청의 합의 종용 등으로 피해 구제가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박씨 쪽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사법기관은 조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장애인에게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 내용을 알려줘야 함에도 근로감독관은 피해자의 장애 여부 확인 및 그에 따른 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송 과정에서 정부는 “근로감독관은 박씨가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근로감독관의 고의나 과실 여부에 대해 부인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며 박씨의 청구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된다. 법령상 장애인 차별 금지 및 편의 제공에 관한 부분이 과실로서 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의 피해 경위, 후속 피해 구제 현황에 비춰 국가는 박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