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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커피 배달원,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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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5세였던 최씨는 사건 현장의 최초 목격자였다. 다방의 커피 배달원이었던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건을 목격했다.
최씨는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도리어 최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최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가 전화번호부를 던져주며 "진범을 찾아내라"고 하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폭행을 가했다.
이후 그를 경찰서로 데려가 3일간 잠을 재우지 않은 채로 또 폭행을 가했다. 최씨는 결국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 진술을 했고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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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일 아니다" 억울함 호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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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와 달리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최씨를 꾸짖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최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최씨가 사건 당시 입었던 옷과 신발에서는 혈흔이 없었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 피해차량 등에서는 최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료택시 운전기사와 응급차 운전기사 등의 진술, 피의자 신문조서, 사망진단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체부검의뢰회보서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진술에는 "피해자가 택시 운전석에서 배를 움켜잡고 있는 것을 봤다", "평소 최씨가 소란을 많이 피웠다" 등 최씨와 범행 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만 있었다.
재판부는 "사소한 시비 끝에 특별한 동기 없이 무고한 생명을 살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씨는 2001년 5월 항소심에서 국선 변호사가 "감형이라도 받자"고 말하자 있지 않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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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만기 출소, 2016년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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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징역 10년을 살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씨는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으며 2016년 11월 24일 최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사건 발생 16년 만의 일이었다.
최씨는 정부와 이씨, 이 사건을 담당한 김훈영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해 총 16억원의 배상을 받아냈다.
정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최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김 검사가 최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자 최씨는 소송을 취하했다.
최씨는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상대가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소송을 취하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22년 후에야 민사 소송까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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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진범' 김씨 "유흥비 마련하려 범행했다"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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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김씨로부터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는 자백을 받아냈고, 사건당일 김씨가 피묻은 칼을 들고 집에 찾아왔다는 임씨의 진술을 확보했으나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김씨와 임씨는 말을 바꿔 경찰에서 한 진술은 관심을 받으려고 꾸며낸 이야기였다고 변명했다. 검찰은 2006년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임씨는 2012년 사망했다.
최씨의 무죄가 확정된 2016년 12월 검찰은 김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심, 2심 재판부는 "김씨와 그의 지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일치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8년 3월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