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층 초고층 아파트 앞 도심 한복판에서 발파 공사…주민 반발 - Supple

49층 초고층 아파트 앞 도심 한복판에서 발파 공사…주민 반발

"장비 아닌 화약폭파 이례적"…아파트 주민 3천여명 탄원서 제출

발파 공사 예정지
[촬영 박주영]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공동주택이 밀집한 대전 도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파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0일 대전 중구 선화동 주상복합단지 입주민협의체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 건설 시공사가 암반을 파쇄하기 위한 발파공사를 앞두고 25일 시험 발파를 진행하겠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해당 공사현장은 인근 최대 49층 주상복합단지와 5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있고, 2천200가구 이상 세대가 거주 중이다.

인근에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49층 높이 851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의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며, 천주교 성당을 비롯해 학원, 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은 지반 진동에 따른 건축물 균열, 비산물질과 소음 피해, 발파 가스 등을 우려한다.

특히 현재 시공 중인 아파트 지하 굴착 과정에서 시행된 발파 공사에서도 암반이 발견된 바 있어 지반 구조가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 박현수씨는 "2021년 발파 공사 당시에는 주위에 아파트가 없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주변에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가 밀집해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주민들은 지반 액상화 등까지 우려하고 있는데, 시공사는 지반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는 이달 초 주민 설명회를 열고 지반이 강도 높은 암반층으로 구성돼 발파 공사가 필수적이라며 진동, 소음 등 기준을 상향 적용하고 무진동 발파 공법과 정밀 제어 발파를 통해 주민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4개월 동안 진행할 예정으로, 이번 시험 발파 후 계측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들은 사업장 인근의 국가하천인 대전천에 대한 영향이나 지반조사 등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민 설명회에서 매일 사용되는 화약량이 100㎏ 정도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붕괴 사고가 난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3m 높이 보일러 타워 2기를 해체하는 데 사용된 폭약이 140㎏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도심 지역에서 이토록 장기간 폭약을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지역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에서 화약을 사용해 암반을 폭파하는 공법은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하고, 주민 공청회도 거쳐야 한다. 승인받은 이후에도 주민 민원이 많아 진행이 어렵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대부분 브레이커 장비를 이용해 부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주민 3천여명의 동의를 받아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대전시 등에 발파공사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다.

입주민 50여명은 이날 중구 선화동 발파공사 예정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등 경제적 편익을 위해 주민 생명과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이 나서 안전성 검증과 공법 적정성 평가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하는 선화동 주민들
[촬영 박주영]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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