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여성 뒤쫓던 흉기난동범, 출근길 양복 남성이 제압

흉기난동범 제압한 50대 남성 A씨
[촬영 박영민 수습기자]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그냥 회사원입니다. 지나가다가 살려달라는 사람 구해줬을 뿐입니다."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3명을 살해하려 흉기 난동을 벌인 60대 조모씨를 제압하고 피해자들을 구한 건 현장을 지나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조씨가 조합 사무실에서 흉기를 휘두른 것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조합 사무장인 50대 여성은 피를 흘리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조씨는 뒤따라 나와 공격을 이어가려 했다.

피해자가 목을 부여잡고 "칼에 찔렸다. 살려달라"고 외칠 때, 차를 타고 출근하며 이곳을 지나던 50대 남성 A씨가 이 모습을 목격했다. A씨는 양복 차림으로 곧장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눈에 살기를 띤 조씨가 A씨 앞에 나타났다. A씨는 '저 남자가 아주머니를 해치려 한다'고 직감했다.

그는 곧장 조씨를 넘어뜨린 뒤 가슴을 무릎으로 누르고 양팔을 잡아 제압했다. 주민 송원영(31)씨가 이 모습을 보고 흉기를 멀리 치우고 조씨의 발을 잡았다.

A씨는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몸이 바로 움직였다"며 "순간적으로 칼에 찔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주머니가 더 다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떠올렸다.

조씨는 한동안 버둥거리다가 "다 끝났다. 힘이 빠졌으니 놓아달라"고 중얼거렸으나 A씨는 "경찰이 와야 끝나는 것"이라며 놔주지 않았다.

송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다른 피해자들을 찾았다. 그는 "피가 흥건하게 묻은 문을 두드리니 한동안 말이 없다가 '경찰이 맞느냐'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며 "'여기 경찰이 있으니 문을 빨리 열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들어가 보니 피해자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했다.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다시 출근길에 오른 A씨는 피해자들이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A씨는 "많이 알려지는 게 싫다"며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길 거부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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