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치된 이주가정 자녀들, 정부 정책 지원 절실

경기도 안산 자이언 국제 상호문화 학교에서 지난 1일 오후 러시아어로 아이들 공부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이 점차 늘고 있고 그 유형과 특성도 다양해졌지만, 한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장기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명을 넘겼고 인구소멸 위험 지역이 늘어날수록 그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통합적 시각에서 이주민 과정과 그 자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정부는 학생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아이들을 이주배경 학생으로 통칭한다. 이들의 수는 지난 10년간 크게 늘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4년 6만7806명에서 2024년 19만3814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국내 출생보다 외국인 가정 자녀가 10배가량 급증했다. 과거에는 국제결혼으로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외국인 가정 자녀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가족 동반 가능 취업 비자를 확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재학생 100명 이상 학교 중 이주배경 학생 비중이 30% 이상인 학교는 123곳에 이른다. 부모가 취업해 있는 공단 지역 부근에 사는 아이들이 많다. 경기 안성시의 한 중학교는 모두 12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일부 학교는 이주배경 학생 비중이 90%를 웃돈다.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이 다수인데도 한국어가 가능한 원어민 보조 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언어 장벽이 크다 보니 수업을 제대로 못 따라가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주배경 학생들의 자퇴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이로 인한 ‘학교 부적응’ 때문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임 윤석열 정부는 올해 이주배경 학생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과거 결혼이주가정 중심에 머물러 있는 정부 정책의 발상부터 전환해야 한다. 정주형 외국인이 늘어나는 등 다양해진 가구 특성에 대한 실태 파악과 그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어 수업만 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학습 공백 누적으로 인해 공교육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 전체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세심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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