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김건희 여사 3차 공판에 명태균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방에 은거하는 정치·선거 전문가였던 명씨를 김 여사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손에 쥐었던 김 여사는 이제 똑같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명 선생님’과 재회한 셈이다.
명씨는 이날 오후 1시57분께 법정에 먼저 도착했고 김 여사는 약 20분 뒤에 출정했지만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진 않았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가 명씨에게서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관여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하지만 명씨는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김건희·윤석열에게 전달됐어? 무슨 3억7천(2억7천만원의 착오) 잘못 발언)이야”라며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장은 “예, 아니오로만 답하면 된다. 지금 이렇게 하면 진행을 못한다”면서 제지했다. 김 여사는 피고인석에서 어깨를 움츠린 채로 정면을 보다가 명씨가 계속 고성을 지르자 명씨를 응시하기도 했다.
명씨가 이어 “선거에 대해선 김건희는 아무것도 모른다” “윤석열이 인기가 많아서 ‘(여론조사 결과)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한 거다” “여론조사 전문가로 접근한 게 아니고, 윤석열과 김건희가 선거 기획자인 나를 찾아온 것” “윤석열이 여론밖에 더있었냐. 그때 조직이 있냐, 뭐가 있었냐”라며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선거를 기획했다고 주장할 때마다 김 여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오전에는 김 여사의 측근인 유경옥 전 행정관이 2022년 4월11일 샤넬 가방을 교환할 당시 이를 응대한 샤넬 매장 직원이 증인으로 나와 ‘당시 유 전 행정관이 김 여사와 영상통화를 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유 전 행정관이 제품을 교환할 때 통화 상대방에게 영상통화로 매장의 제품을 장시간 보여줬는데 당시 매장 직원 ㄱ씨는 “통화 상대방이 상급자 같고 유경옥씨는 존댓말을 사용했다. 제품 선택은 통화 당사자가 했다”고 했다. 이어 ㄱ씨는 통화 상대방의 목소리가 “걸걸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고 “통화 목소리가 당시 기사에 나온 목소리랑 비슷해서 (기억에 남았다)” “‘김건희 여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에 유튜브를 보고 확인한 내용을 특검 조사 때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