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문신사들이 양지로 나왔다.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문신사법'이 가결되면서다. 대법원이 지난 1992년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문신시술은 그간 의료인만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로 여겨왔다.
이날 오후 6시9분 상정된 문신사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문신사법 제정은 확정된다. 이에 따라 문신사들은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받게 됐다. 다만 법 시행까지의 유예 기간을 거치면 반드시 '문신사 면허'를 발급받아야 시술 자격을 얻는다.
문신사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 통과로 국민은 안전하게 문신 받고, 문신업 종사자도 합법적이면서 전문가로 인정받게 됐다"며 "이 제도가 잘 정착하도록 끝까지 잘 챙기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신사들을 향해 "이제는 불법 아닌 전문 기술로 국민의 아름다움과 국민 삶 챙기는 직업인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축하했다.
앞서 이날 3시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예견되면서 국회 본회의 상정이 불발될 것으로 여긴 문신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를 향해 묻겠다. 35만 문신사들의 눈물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얼마나 더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가"라며 "문신사법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법이므로 통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도중 '본회의에 상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상정과 투표 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거나 두 팔을 뻗으며 환호했다. 통과 직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신사 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은 "우리 35만 문신사들은 역사적인 '오늘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대한문신사중앙회는 매년 9월25일을 '문신사의 날'로 기리고 오늘의 감격과 감사를 기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제, 떳떳한 직업적 자긍심으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보다 안전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로 K-타투를 세계 최고로 발전시켜,
오늘을 그 위대한 여정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신사법 제정 이후 의료계와의 협업 방안은 과제로 남았다. 문신사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감염과 위생 관리능력을 쌓으려면 의사·의료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문신사법의 본회의 통과 소식에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문신시술이 국민에게 위험하지 않은 행위로 자리잡으려면 문신사에 대한 교육·관리과정에서 의협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이 같은 의사 역할이 반영되도록 의견을 내고 추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신사법 제정 이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료인'(의사·한의사·치과의사 등) 간 내부 갈등이 예견된다. 최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워회에서 문신사법안에 '문신사 면허를 별도로 발급받지 않아도 문신시술이 허용되는 유일한 직역으로 의사가 추가'됐는데, 이를 두고 한의사와 치과의사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대변인은 "문신은 피부를 뚫고 들어가 피하에 염료를 주입하는 행위"라며 "이 행위가 허가된 면허는 의사면허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사나 치과의사의 면허 허가 범위에 이 행위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문신사 면허 프리패스)은 틀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