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1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베를린 미테구청은 최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0월 7일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0유로(한화 약 491만원)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아협의회는 2020년 9월 미테구청 허가를 받아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세웠다. 그러나 미테구청은 지난해부터 예술작품 임시 설치 기간인 2년을 넘겼다며 소녀상 철거를 명령해 왔다.
이에 코리아협의회는 명령집행정지 소송(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오는 28일까지 소녀상 설치를 허용했다. 당시 미테구청은 재판에서 소녀상 설치가 일본 외교 정책 이익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동상을 처음 허가할 때 예견된 일"이라며 "구체적 영향이 확인되지 않는 한 외교 정책 이익이 예술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미테구청과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이전을 두고 협의해 왔다. 미테구청은 지난 7월 기존 설치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사유지로의 이전을 제안했다. 이전과 설치 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은 공공장소에 설치돼야 한다. 사유지로의 이전은 집회·시위 자유를 제한하고 예술적·정치적 효과를 약화시킨다"며 이를 거부했다.
철거 명령에는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박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소녀상이 처음 설치됐던 2020년부터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독일 측에 철거를 요청해 왔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점과 안내문에 '성노예'(sex slaves) 등 일본군 행위를 명확히 지적하는 표현이 포함된 점 등을 문제삼았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이번 철거 명령에도 납득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