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공식 노동을 늘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 충분한 사전 검토도 없이 시범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는 저렴한 인건비로 돌봄 일자리를 채우려는 발상부터 재고해야 한다.
한겨레 취재를 살펴보면, 정부는 올해 외국인 가사사용인 4천명을 일반 가정의 가사·육아 활동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무교육 준비가 완료되는 지방자치단체부터 차례로 시범사업을 벌인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의 가족,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 등이 시범사업 대상이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제한된 업무에 시간제 취업만 가능하고 결혼이민자 가족은 취업을 할 수 없다. 이들이 직무교육을 받으면 외국인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예산 3억원이 편성됐다.
정부가 취업이 불가한 이들에 대한 비자제도까지 바꿔가면서 외국인 가사사용인을 도입하려는 것은 값싼 돌봄 인력풀을 만든다는 취지다. 지난해 6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이런 방안이 나왔다. 가사사용인은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는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다. 최저임금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노동을 외려 정부가 권장하는 셈이다. 한술 더 떠 정부는 민간기관이 외국인 가사사용인을 중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가사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불과 2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사노동을 양질의 일자리로 개선하기는커녕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열악한 일자리로 만들려는 것인가. 이는 저출생 대책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단기적으로 돌봄 이용자의 선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돌봄의 질을 떨어뜨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또다른 통로가 될 여지가 크다. 다른 나라에서도 가사노동 분야의 비공식 부문을 줄이고 처우를 개선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도입된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도 아직 본사업으로 확대되지 못한 채 시범사업만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드러났고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값싼 돌봄 인력 양산에만 골몰해선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