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써온 배달앱이 변화하고 있다. 한번 사용한 뒤 수거해가는 다회용기 배달 옵션이 늘어나고, 일회용 식기를 받지 않는 소비자도 증가 추세다. '착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각 배달앱 업체들이 시스템을 정비한 결과다.
12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다회용기'를 옵션으로 선택한 배달 주문이 매년 늘고 있다. 배달앱 3사 중 다회용기 사용을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요기요의 경우 2023년 대비 2024년 다회용기 주문 건수가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점 업체도 53.6% 늘었다. 요기요는 다회용기를 음식 장르처럼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배달 메인화면에 노출중이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에 입점한 업체들 중 일부도 다회용기 사용을 메뉴 옵션으로 넣고, 일회용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아울러 배달앱 3사 모두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를 기본옵션으로 제공한다. 이 옵션을 2019년 도입한 배민의 경우 그동안 63억개 가량의 일회용품을 줄였다.
과거에도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배달앱과 정부 차원의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폭증한 배달음식 수요에 더해 위생안전 문제가 불거지며 사실상 방치된 정책으로 남았다. 최근 다회용기 사용 증가 추세는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수요에 더해 다회용기 배달을 가능케 한 서울시 등 지자체의 다회용기 이용 활성화 지원정책, 이를 실행하는 전문수거업체의 등장 등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음식점 자체배달이 활성화됐던 과거와 최근의 다회용기 수거 방식은 다르다. 과거엔 전속 배달원이 배달했던 집주소를 기억해 식사시간 이후 자동으로 방문 수거하는 형태였다. 최근에는 다회용기 전용 백에 새겨진 QR코드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반납 신청을 하면 수거업체와 계약된 택배사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한 소비자는 "옛날에는 중국집에 음식을 시키면 다 먹기도 전에 배달원이 와서 그릇 달라고 초인종을 누르는 등 그릇 반납에 대한 부담이 있어 일회용품을 선호한 면도 있었다"며 "최근 배달앱의 다회용기 반납은 식사를 마친 후 느긋하게 반납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 일부 자영업자들은 현재 사실상 서울시의 보조금으로 수익을 내는 다회용기 수거업체가, 결국 배민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주도권을 쥔 채 가격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식점들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배달앱 플랫폼과 달리 다회용기는 말 그대로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 외식업주와 종속적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며 "오히려 일회용품 대신 친환경 소비를 원하는 고객 니즈를 품을 수 있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