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50장 챙겨오고, 커피 1000잔 선결제…'선진 집회문화' 빛났다

지난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집회 참여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며 집회 장소를 치우고 있다. /사진=김선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국회는 지난 7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부터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국회의사당 근처로 집결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광화문 인근에 집결했다. 주최 측 추산 국회에는 100만명, 광화문에는 30만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양측은 별다른 충돌 없이 성숙한 시민 문화를 보이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응원봉'대신 대형 비닐봉투 50장·집게 챙겨 국회로 온 시민…광화문에선 '자원봉사'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표모씨(25)는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아서 80ℓ(리터)짜리 비닐통부 50장, 집게 등 청소도구를 챙겨 국회 앞으로 왔다.  /사진=김선아 기자

집회 현장에 피켓이나 응원봉 대신 대형 비닐봉투를 챙겨 온 시민도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표모씨(25)는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아서 80ℓ(리터)짜리 비닐통부 50장, 집게 등 청소도구를 챙겨 국회 앞으로 왔다.

이날 오후 3시에 도착한 표씨는 집회가 진행 중인 중인 오후7시쯤 봉투 20장을 쓰레기로 채웠다. 그는 "성숙한 시민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챙겨 왔다"며 "제가 하고 있으면 다른 시민들도 도와준다"고 했다.

국회 정문에 모여 탄핵 가결을 외친 시민들은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후에도 질서를 유지했다. 이날 오후9시쯤 집회 사회자는 "피켓과 쓰레기를 챙겨 가지고 가 달라"고 안내했다. 다수 시민들은 피켓과 쓰레기를 등 치우고 현장을 떠났다.

좀 더 일찍 집회가 마무리된 광화문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 '탄핵 반대'를 외치며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이 자리를 떠난 후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현장을 치웠다.

100만 인파가 모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구급차를 위해 시민들이 길을 터주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인파가 몰린 국회대로에서 소방 구급차가 도착했다. 시민들은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 잠시만 일어나달라"고 말하며 구급차 길을 열어줬다. 구급자는 국회2문 옆 수소충전소 맞은편 주유소에서부터 약 400m를 이동해 쓰러진 60대 남성을 태우고 이동했다.

지난 7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후 철수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 /사진=이찬종

국회 앞 카페 "음료 1000잔 먼저 결제할게요"…SNS선 "커피 받아가시라"

지난 7일 국회 인근 카페는 불어난 시민들로 만석이었다. 전날 이 일대 카페에는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해 '음료를 선결제 해놓겠다'는 주문이 다수 들어왔다./사진=이혜수 기자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핫팩, 차 등 물품을 나누며 서로 집회를 독려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은 각종 부스가 세워졌다. 부스에는 마스크와 핫팩 등 물품을 포함해 생강차와 커피 등이 놓여 있었다. "핫팩 받아 가세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한 진보 단체 관계자가 캐리어에 핫팩을 한가득 가져와 나눠준 것이었다.

국회 인근 카페는 불어난 시민들로 만석이었다. 전날 이 일대 카페에는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해 '음료를 선결제해놓겠다'는 주문이 다수 들어왔다.

M 프렌차이즈 카페 사장은 "어제 음료를 미리 결제하겠다는 주문이 10건 있었는데 1건당 100잔씩 총 1000잔이 결제됐다"며 "심지어는 해외에서 디저트 종류를 20개씩 선결제하신 분도 있다. 전날 4시부터 전화가 왔는데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몇몇 분들 요청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트위터 등 SNS(소셜미디어)에는 "100잔 선결제해놨으니 7일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 A 카페에서 '000' 이름 말씀하시고 따뜻한 커피 받아 가시라' '1회 최대 4잔까지 가능하니 주변에 나눠달라' '선결제 주문하려고 국회 근처 거의 모든 카페에 연락했는데 이미 포화상태라고 거절됐다. 시민들이 따뜻하다' 같은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7일 오후 1시45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피켓과 핫팩을 나눠주고 있다. 한낮에도 추운 날씨에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등으로 무장한 모습이다./사진 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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