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이혼할 결심'·JTBC '새로고침' 나란히 다음 달 방송
"달라진 사회 분위기 반영…흥미 위주로 제작하면 부작용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연예인이나 유명인 부부가 가상으로 이혼을 경험하는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위기의 부부들이 캠프에 합숙하며 이혼 조정 과정을 가상 체험하는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게 된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과지만, 자칫 자극적인 재미에만 치중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방송가에 따르면 MBN은 지난 1∼2월 5부작으로 방송했던 파일럿 예능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이혼할 결심')을 정규 편성하기로 했다. 다음 달 첫 방송이 예정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상 이혼을 통해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파일럿 방송에서는 요리연구가 이혜정 부부, 전 축구선수 정대세 부부, 코미디언 류담 부부가 가상 이혼을 경험했다.
'이혼할 결심'은 최고 4.2%의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다.
JTBC 역시 다음 달 4일부터 비슷한 취지의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이하 '새로고침')을 방송할 예정이다.
'새로고침'은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합숙을 통해 이혼 숙려기간과 조정 과정을 가상으로 체험하면서 이혼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민하는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새로고침'은 '이혼할 결심'과 비슷한 형식과 소재이지만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제작진은 작년 11월부터 협의 이혼을 결심했거나 이혼을 고민 중인 출연자들을 공개 모집해왔다.
이혼을 소재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은 '이혼할 결심'이나 '새로고침'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시즌1과 2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결혼과 이혼 사이'가 대표적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새로고침'과 마찬가지로 이혼을 고민하는 일반인 부부가 출연해 이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갈등 원인을 짚어보고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과정을 다뤘다.
2022∼2023년 SBS 플러스가 방송한 11부작 예능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역시 일반인 부부들이 결혼 생활에서 겪는 갈등과 문제점을 관찰한 프로그램이다.
2020년과 2022년 각각 시즌1과 2가 방송된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연예인이나 유명인 부부가 다시 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배경에는 과거보다 이혼이 흔한 일이 되면서 전처럼 금기시하지 않게 된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모든 콘텐츠는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혼이 과거보다 흔해지고 이혼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관련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짚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32만6천 건이었던 혼인이 2023년에는 약 19만4천 건으로 급감했으나 이혼은 2010년 11만6천 건에서 작년 9만2천 건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이처럼 이혼이 전보다 흔해지면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방송에서 자신의 이혼 경험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혼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의 MC도 이혼한 연예인들이 주로 맡는다. '이혼할 결심'의 오윤아, '새로고침'의 서장훈과 김새롬, 서동주, '결혼과 이혼 사이'의 김구라 등 MC들은 이혼을 경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단순히 이혼을 자극적인 흥밋거리로만 다루면 출연자가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될 우려가 있어 제작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혼할 결심'은 정대세 부부가 어린 두 자녀에게 "아빠 집을 하나 더 샀다"며 이혼을 암시하는 장면이 정서적인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제작진은 "아동 심리 보호를 위한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 후에 촬영했다"고 밝혔지만, 이후로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잇달아 게재됐다.
김성수 평론가는 "이혼을 '콘텐츠 장사'의 소재로 접근하면 사례를 과장하고 갈등만 부각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자칫하면 출연자가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사전에 고민하고 문제를 예방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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